코코 샤넬 역을 완벽히 소화해낸 오드리 토투
쓸쓸한 주말 밤 우연히 틀게 된 영화 <코코 샤넬>. 막연하게 좋아했던 브랜드 샤넬을 만든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였다. 처음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보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목이 아파서 그런 것도 있지만) 꼿꼿히 앉아 몰입해서 봤다.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진 내게 유럽 영화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영화 속 여인들의 스타일이 변화하는 것을 보는 건 재미있었다. 복선이 다 읽힐 만큼 뻔한 로맨스는 그래도 로맨스니까 두근거리며 볼 수 밖에 없었고,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언어라고 생각되는 불어를 110분 동안이나 들을 수 있어 좋았다.
110분 동안 프랑스 복식사를 단편적으로나마 맛볼 수 있었다. 영화 속 표현을 빌리자면 '컵케익을 얹어놓은 듯한' 모자를 쓰고 화려한 깃털을 무수히 많이 꽂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세 시대 패션에서 코코 샤넬이 입고 나왔던 여성을 위한 승마복과 단순한 디자인의 검은 드레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화려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샤넬의 트위드 재킷까지! 물론 나는 패션 계통에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복식사와 관련한 자세한 디테일까진 모르지만 코코 샤넬이 세계 많은 여성들이 갈망하는 '프렌치 시크'를 창조해낸 디자이너 중 한 명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일거다.
영화를 다 보고 관련 블로그 글을 찾아봤는데 거진 다 혹평이더라. 코코샤넬은 영화에 그려진 만큼 순수한 사람이 아니었다, 패션 디자이너로써의 코코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등.. 그리고 음 개인적으론 다른 할리우드 영화들에 비교하면 재미 없었다. 위트있는 유머도 없었고 유럽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또 이렇구나 얘네는 발전이 없지 라고 생각될 만큼 진행 구성이 지루했다. 그런데 꼭 잘 만들어지고 재미있는 작품만 기억에 남는다는 법은 없는 듯. 코코가 처음 바다를 보며 서 있는 뒷 모습, madam 이라고 부를 때 단호히 mademoiselle 이라고 정정했던 부분, 트위드 재킷을 입고 박수 갈채를 받던 모습은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거다. 나는 이 영화 좋았다. :)
덧.
프랑스, 샤넬, 파리 하면 생각나는 한 친구가 있다. 고등학생 때 학원에서 잠깐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내 눈에는 다니던 학원생들 누구보다 기품 있고 여유롭고 매력적인 친구였다. 이쁜 것도 모자라 똑똑하기까지 해 명문대를 진학하고 간간히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불어도 공부하고 있었다 한다.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혹여나 그러한 인연이 된다면 '넌 정말 샤넬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야' 라고 꼭 말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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