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격소감
수험생활 그리고 시험 전날까지 불안하고 긴장될 때마다 합격수기를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곤 했는데 제가 수기를 쓰는 입장이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기쁘지만 두려운 마음도 앞섭니다. 그래도 일단 합격소식을 들으니 연말까지는 마음은 편히 먹자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재수생이었고, 이번에 시험을 치지 않으면 미련없이 다른 커리어를 모색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오히려 담담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시험준비때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면접시간이 오전이었고 입실시간이 오전 아홉시라 지각 걱정에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이대 근처 고시텔에 방을 잡았던 것입니다. 어디에서건 잘 자는 스타일이라 아침까지 푹 자고 맑은 정신으로 시험치러 갔던게 제겐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험이 다가올 수록 컨디션 관리에 총력을 다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판단컨데 입시성공의5할은 공부 외적인 여러가지, 즉 당일 컨디션, 지문, 심리상태, 체력 등이라 생각했기에 10월부터 건강한 신체와 마음가짐을 가지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 통번역대학원 지원동기
학부시절 전공이 영어통번역학이어서 당시 틈틈히 했던 통번역 아르바이트를 통해 이 길이 잘 맞는다는 확신이 서서히 들었습니다.세상에 통역사는 많지만 내가있는 그 방에서는 나만이 의사소통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필요불가결한 (indispensable) 존재라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학부 4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입시준비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영어권 국가 체류경험도 없고 어학연수 경험도 없지만 비영어권 국가 국제학교에서 초중고교 시절 통틀어 약 4년간 국제학교를 다녔습니다. 입시 첫 해는 모교에서 통번역관련 강의를 듣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스터디를 하며 보냈습니다. 입시준비를 시작할 당시 제 영어실력은.. 이렇게 표현해도 맞나 싶지만 “내실이 없으면서 겉으로 보여지는 것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것 처럼 보이는” 상태였습니다. 운좋게 유년시절 외국에서 수학하며 intonation 과 accent를 익혔서 스피킹을 할 때는 영어를 능숙하게 다루고 유창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사람들이 착각하지만, 그 당시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할 땐 영어를 말할 때 있어 왜 이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이런 구문을 쓰면 왜 어조가 달라지는 지 등에 대해선 무지한 상태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입시준비를 하며 영어실력을 이만큼 키운 것 자체로 합/불합에 관계없이 제가 투자한 2년이라는 시간이 값졌다고 시험 전에도, 합격한 후에도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공부법
저와같이 처음 시작할 때 어중간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고 고민하는 분들껜 일단 본인의 장단점을 최우선적으로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현 상황을 파악해야 그에 맞춰 효율적으로 수업을 선택하고 스터디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케이스를 예시로 들어 설명드려 보자면:
1. 저는 글쓰기보단 말하기가 심적으로 편했기 때문에 년초부터 이화여대를 목표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 수업과 스터디 복습은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화, 목 1시에 학원수업이 끝나면 2시까지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보통 두시간 정도 수업자료와 필기를 꼼꼼이 훝어보고 종종 시역을 했습니다. 스터디 복습은 반드시 당일 혹은 그 다음 스터디 전까지 완수하려 노력했고 한 지문당 30분정도 투자해 원문과 내 performance 를 받아쓰고 비문/오역/누락/어색한 문장 등은 빨간색으로 표시한 후 대체할 만한 단어 및 구문으로 바꿔썼습니다.
3. 공부하던 와중 독해력이 부족하다 느꼈기에 온라인 외신번역사이트 뉴스 페퍼민트 (newspeppermint.com) 에서 제공하는 번역본과 원문을 비교하며 하루 영어기사 5개를 정독했습니다.
4. 학생도 회사원도 아닌, 어디에 적(籍)을 두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심리적으로 해이해질 가능성이 높아 아침저녁으로 스터디를 잡았습니다. 보통 오전 10시, 저녁 7시로 잡으면 그 사이에는 반강제적으로 강남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에 쭉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5. 지문을 읽어주는 분의 악센트가 영국식 혹은 호주식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러 억양의 라디오 팟캐스트를 청취했습니다. NPR은 시험 직전까지 들었고 Economist와 Nature podcast도 종종 들었습니다.
이 중 제일 하기 싫은건 단언컨데 스터디 복습이었습니다. 망친 스터디는 생각하기도 싫은데 내 퍼포먼스 녹취본을 다시 들으면서 받아쓰기를 해야하는게 너무 싫어 마지막까지 미룬 공부였지만, 생각해보면 통역실력향상에 있어 가장 도움이 많이 된 공부방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각자 자신의 성향 (혼자서도 공부가 잘 된다던지, 몇 시간동안 연속으로 공부를 해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 을 잘 파악한 뒤 공부방법을 짜면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 입시준비 과정
올해를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상반기 까지는 영자신문사에서 인턴을 했기 때문에 평소에 영어를 접하고 글 쓸 기회가 많아 News English Powerdic 이라는 단어집을 일주일에 세 unit씩 외우는 단어스터디를 제외하곤 다른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이 책에서 나온 단어를 실제 통역스터디때 많이 쓸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실용영어가 다수 포함된 파워딕으로 단어스터디를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6월부터 이창용어학원의 이대준비반을 수강했고 8월까지 하루에 평균 1개의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중간에 잠시 해외봉사를 갔다왔는데, 그후 감이 조금 떨어진 것 같아 9월달부턴 평균 2개의 스터디를 진행했고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매일 기사 5개 + 표현정리, 학원/스터디 복습 + 이동시간에 팟캐스트를 들었습니다. 시험 전 주는 똑같은 공부방법이지만 스터디 자료를 이대기출문제로 정하고 아는 표현을 정확히 익히는데 집중했습니다. 매일 30분씩은 꼭 걷거나 운동하며 체력을 유지한 것도 감기한번 안 걸리고 무사히 수험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중엔 보통 오전 10시에 집을 나서 오후 9시에 스터디를 마치고 집을 갔습니다. 간간히 쉬는 시간을 빼면 평균 공부시간은 8시간 정도였고, 너무 조용한 환경에선 집중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학원 밑 스타벅스에서 주로 공부했습니다. 수업자료복습에 2시간, 스터디 지문 4개 기준 2시간 정도 걸렸고, 무조건 복습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주말엔 하루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다 쓰고, 나머지 하루는 푹 쉬었습니다. 예능프로를 보거나 미술전시를 보며 놀거나.. 아무튼 책을 펴지도 않았습니다. 약간 불안할 정도로 놀아야 월요일날 공부할 의욕이 샘솟았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제겐 좋은 전략이었던 것 같지만 무작정 놀기보단 각자 공부/휴식 스타일에 따라 주중 주말 스케줄을 짜는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 기타 TIP
- 통번역공부를 처음 하시는 분들껜 학원수강을 추천드립니다. 학원에서 어느정도 시험 난이도를 가늠하고 스터디메이트를 구한 후에는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독학 혹은 연속수강을 하시는 편이 입시준비를 위해서라면 효율적인 것 같아요.
- 스터디메이트는 단순히 영어/한국어를 잘하는 사람보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사람으로 구하는게 낫습니다. 예를들면 국내파는 해외파와, 자주 떨고 초조해하는 사람은 담담한 성격의 사람과 하는게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 통역공부도 여타 입시공부와 마찬가지로 엉덩이 싸움이지만 컨디션 따라 퍼포먼스의 질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풀이방법을 찾는 것도 참 중요한 요소입니다.
# 마치며..
앞서 말씀드렸듯 이제부터가 시작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기 때문에 대학원 생활이 마냥 기대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2년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그 후로도 더욱 정진할 계획입니다. 본 수기는 학원제출용이라 개인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약간의 편집과정을 거쳤습니다. 제 글이 준비생 여러분들께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
* 입시정보공유를 위해 올린 글입니다. 블로그 하단에 표기되어있듯 무단배포는 금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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