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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MHI 파견 후기

흰여우* 2012. 8. 4. 02:13


구름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


드디어, Finally, 19일 간의 MHI 프로젝트 아프리카 케냐 파견 일정이 끝났다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 나이로비로 건너가 케냐AA커피를 사고 마사이마켓에 들러 온갖 이쁜 장신구들을 구매한 후 카타르항공을 이용해 도하를 경유하여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고 있다나이로비-도하와 도하-인천 라인 모두 영화 한 편씩 보고(라이어게임찰리와 초콜릿공장밥 먹고 푹 자니 시간이 금방금방 가는 것 같다한국 시간으로 오후 1시가 다 되어가니앞으로 4시간만 더 비행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리운 한국에 도착하게 되겠지.

 

케냐에서의 19일은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한 순간순간들이 많았다크게 경탄하고 기뻐한 순간도 있지만 크게 속상하고 우울한 순간도 있었다마을사람들의 순수함에 감화되고 공생회 선생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여 인생의 지표를 하나 더 세우고 왔다는 느낌이 든다보통 쓰는 일기 형식으로는 도저히 이 많은 경험과 깨달음을 담지 못할 것 같아 주제별로 나누어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나중에 더 자세히 쓰겠지만몇일이 넘도록 장염(추측)으로 고생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기쁜 마음이 드는 걸 보면 그곳이좋았나보다.







디스펜서리(보건소) 간호사에게 키트 사용법을 설명하는 우리


MHI프로젝트란

 

내가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대학생 의료봉사단체 FREEMED는 현재 크게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첫번째가 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토요일 노숙인 무료진료소이고 두번째가 저소득층 아동을 위해 지역아동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보건교육그리고 마지막인 세 번째가 바로 케냐의 모성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케냐 현지로 파견을 나가는 Maternal Healthcare Initiative, 즉 MHI프로젝트이다.

 

2000년 MDG보고서에 따르면 Sub-saharan 아프리카 지역의 모성사망률은 대부분의 소위 말하는 선진국과 비교해 몇십 배로 그 수치가 높으며단편적으로 한국과 비교해 봤을때는 약 120배가 넘는 정도로 모성사망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이를 타파하기 위해 프리메드가 진행하는 MHI프로젝트는 올해 세 가지 solution을 제공하게 되었다각각은 산모의 안전하고 위생적인 출산을 도와주는 Childbirth Kit, 산전 관리를 도와주는 Clinic Set과 이 두 가지 의료물품이 지역 디스펜서리(우리나라 보건소와 비슷한 개념)에 있다는 걸 홍보해주는 Promotion Photo 이다키트와 클리닉 그리고 홍보사진을 디스펜서리에 제공하고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올 여름 프리메드는 총 스무 명의 파견인원을 선발하게 되었고, 4-5명의 팀으로 구성되어 총 스무 곳의 디스펜서리를 커버하게 되었다.

 

나는 영어를 조금 할 줄 알기에 기획단 비스무리한 팀으로 빠지게 되어 두 개의 디스펜서리만 커버하고 나머지 일정은 현지 다른 NGO들과 협력관계를 맺기위한 미팅에 다수 참여하게 되었다더 많은 지역을 커버하지 못해서 정말 아쉬웠지만 어차피 몸 컨디션도 따라주지 못했을 걸 생각하니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 걸로 만족하려 한다. :)









야생 기린 코끼리 사슴 원숭이!!

위대한 대평원과 딴 세상같이 보였던 온갖 동식물들

 

비행기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아프리카 케냐울렁거리는 속을 붙잡으며 공항에서 프로젝트 사이트인 센트럴 카지아도 District로 가는 길은 비록 몸은 힘들었지언정 그 자연 광경이 아찔하도록 이뻤다끝없이 펼쳐진 갈색 대지에 듬성듬성 박혀있는 뾰족가시나무는 아프리카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보던 그 장면이었다하늘을 쳐다보니 구름 사이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왔는데 그 장면도 정말 아름다웠다끝이 안 보이는 대평원을 바라보며 빌딩숲이 시야를 단번에 가리곤 했던 서울의 풍경이 떠올랐다두 곳은 상상만으로도 정말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곳에서 자라는 동물과 식물은 한국의 그것이나 내가 이때까지 가 본 나라들에서 자라는 동식물군과도 너무 달라 혹시 여기가 다른 세상이 아닐까 의심마저 들었다앞에 썼듯 나무는 대부분 자잘한 가시가 많이 붙어있는 뾰족한 모습이었고 날아다니는 벌레는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에 붕붕거리는 소리가 엄청 컸다나이로비로 가는 길에는 팔뚝만한 크기의 새가 나무 위에 올라앉아 있었는데도시의 새라곤 비둘기밖에 보지 못한 내게는 꽤 충격적이었다는.

 

야생 동물을 본 것도 정말 신기하고 흥분되었다올로이토키톡이라는나이로비에서 약 5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사전방문 차 들렀는데 가는 길에 우연히 국립공원을 지나가게 되었다. (레드크로스 차량을 얻어타고 간 덕분에 8천 실링 정도의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갔다!) 가는 길에 야생 코끼리기린사슴원숭이타조 등을 볼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 야생동물은 처음이라 너무 놀랐고 신기했다특히 아기코끼리는 어릴 적 디즈니영화에서 보던 아기코끼리 점보랑 똑같이 생겨 정말 사랑스러웠다또한 올로이토키톡은 탄자니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킬리만자로 산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아침 7시에서 9시까지구름이 끼지 않는 딱 두시간동안만 킬리만자로 산의 만년설을 볼 수 있었는데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파일럿팀 네 명 모두 넋을 놓고 산을 바라보았다특히 첫 날에 해가 비추며 붉게 빛나는 만년설은 장관이었다하지만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지구가 더워지면서 없어질거란 생각을 하지 한편으론 우울하기도 했다.









코카콜라 벽을 배경으로 모여든 아이들과 ^^


순수한 마을 사람들

 

우리가 활동하는 카지아도는 나이로비에서 차로 약 1시간 40분만에 도착하는서울로 따지면 경기도와 같은 지역이다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거리와는 달리 나이로비와는 사는 모습도 풍경도 정말 달랐다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나이로비와는 달리카지아도에는 5층 이상되는 빌딩을 찾아보기가 정말 어려웠다우리가 머물렀던 슈크란 게스트하우스가 지역 내에서 최고로 좋은 (지원오빠 말을 빌리자면 카지아도의 신라호텔’ 정도인시설임에도 불구하고5층이 되려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마을 사람들은 늘 웃음을 지으며 우리의 인사에 화답했고아기들은 우리가 신기한 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종종걸음으로 따라오곤 했다자주 갔던 냠베네 슈퍼마켓의 아저씨도 한국의 시골 아저씨와 다름없이 푸근하고 친절히 대해주셨고길을 걷다 마따두 기사와 우연히 만날 때도 환하게 인사를 나눴다정말 한 마을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곳이었다서울에서는 같은 동은 커녕 아파트 옆집 주민과도 교류가 없는데 여기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지내니 많이 신기했다요즈음 중국인 건설업자들이 도로를 놓아준다고 타운 내 흙길을 시멘트로 바꾸고 있는데주민들의 편리함을 위해서라면 적극 환영해야하지만 현대적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에 따뜻함과 친절함순수함은 잃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한창 몸 안좋았을때 찍힌 사진 ㅠ_ㅠ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하다

 

정말 단순하고 오래 전부터 들어오던 말이었지만젊은 사람들일수록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해 왔고 체력적인 면에선 자신이 있었던 나로선 낯선 땅에서 아플 것이라는 예상을 (전혀까지는 아니더라도하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열이 나고 체끼가 있을 때 내가 보고 느끼던 케냐는 그 전과의 느낌과는 매우 달랐다아이들의 하바리” 인사는 고맙지만 화답해주고 싶지 않았고이전에는 별 생각 없었던 모래먼지가 덕지덕지 붙은 옷도 입기 싫고감탄의 연속이었던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마저 원망스러웠다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너무 보고싶었고 한식을 먹고 싶었다프로젝트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는데어떻게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게 주어진 role은 develop된 아이디어를 통/번역하고 미팅상에는 presentation을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수동적인 위치에 있어도 팀에 크게 해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다만 나도 아이디어 develop에 참여했더라면 조금 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더 많은 일을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간추려 말하자면여행을 가던 일하러 가던 봉사를 가던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고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 >:-)









올로이토키톡의 주키니 디스펜서리에서 PT를 하는 나


영어의 힘이란

 

나는 열 살 때부터 영어를 쓰는 환경에 노출되었고 고1때까지는 심지어 한국말 발음이 어눌하기도 했다대학에서도 영어를 전공하고 대학원도 영어계열로 생각하는 내게 있어서 영어는 습득해야 하는 학문이 아닌 그저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그래서 이 언어가 얼마나 널리 쓰이고 영어를 잘한다는 게 왜 중요한 지 잘 몰랐는데 이번 파견을 갔다오고 미팅을 진행하면서 확실히 깨닿게 되었다: 1.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해외영업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되며, 2. 자신만의 전문분야가 있는 사람이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사람은 그 전문분야에서 굉장히 돋보이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카지아도에 있으며 정부기관, NGO, 보건의료종사자들과 미팅을 가져야 할 기회가 많았는데 90퍼센트 이상은 내가 다 진행했다아이디어 develop은 기획팀의 언니오빠가 다 해놓았는데 그걸 내가 다 발표했다는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언니오빠는 뇌나는 입을 담당했다고 이야기했다물론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해도 사업 아이템이 좋고 서로가 마음에 들어한다면 그 사업은 진행이 될 것이다하지만 두 단체의 관계를 원활히 하고언어 차이 문화 차이에서 생길 분란을 애초에 만들지 않으려면 영어로 소통하는 것이 백배 천배 더 낫다고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지향하고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전문 분야는 통역이다아쉽게도(?) 2번 명제는 내게 해당되지 않지만 (영어를 능숙히 구사하는것 그 자체가 내 전문분야이니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에게 영어는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예를 들어한국에서 손꼽히는 엔지니어가 기깔나는 기계를 만들었는데자신의 힘으로스스로 기계를 해외시장에 소개하지 못하면 얼마나 답답할까그 기계에 관심있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이 줄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면 얼마나 답답하고그 사람들과 제대로 된 인맥을 쌓지 못하는건 얼마나 답답할까영어가 모든 비즈니스와 교우관계의 해답은 아니지만분명 윤활유 역할은 제대로 해내고 있는 것 같다.











킬리만자로 산기슭에서 찍은 일출 장면

 

 

케냐에서의 깨달음

 

1. “한 달보단 열한 달이 더 중요하지요

 

공생회 케냐지부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나샤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면, 현지에서 빈곤에 굶주리고 교육을 제 때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일상적으로 보는 자신들이 조금 더 바르게행동하는 데 편리한 곳에서 살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씀하셨다. 당장 집 밖에만 나가도 신발을 신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점심을 짜이티 한 잔으로 떼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세상인데, 어떻게 내 그릇보다 더 욕심을 부릴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 한 달을 머무르는 우리들에게 이 말씀을 더 신신당부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봉사를 와 있을 땐 당연히 전기도 절약하고 물도 아껴쓰는 게 당연했지만 물질문명으로 들어가는 순간 케냐에서의 생활습관을 버린다면, 결국 1년으로 따지면 11달을 그저 그렇게 보낸다는 말이 된다. 케냐에서 보낸 7월 한 달의 마음가짐을 나머지 열한 달 동안 잊지 않고 생활해야 봉사하는 마음가짐을 진정으로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당장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덥다고 에어콘을 펑펑 틀어놓는 내 모습이 참 부끄럽지만, 밥을 남기지 않는 것 부터 조금조금씩 바꿔나가면 되지 않을까. 카지아도의 모습을 머리속에 쭉 담아두고 있어야겠다.


이 말을 들은 후 나는 절식을 하기로 생각했다. 이때까지 다이어트를 할 때 해왔던 소식과는 달리 절식은 그야말로 식량을 아껴 먹는 행위이고, 쓰레기를 가지고 가는것보다 만들지 않는 것 처럼 음식물찌꺼기를 잘 처리하는것보단 아에 음식물찌꺼기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 날이 조금 선선해지고 밥이 금방 쉬어버리지 않으면 도시락을 자주 싸다녀갈 생각이다.

 

2. “물처럼 흐르자

 

또 다른 공생회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이다. 겨울 파일럿팀으로 올로이토키톡으로 내려가 라면을 끓여먹는데 갑자기 강선생님께 고민상담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나는 내 마음이 바다를 떠다니는 배라고 하면, 외부의 힘에 의해 그 배가 출렁거려 마음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싫다. 예를 들면, 나는 (나름대로) 조용한 사람인데, 갑자기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사람들로 둘러쌓인 장소에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내 말을 묵묵히 듣던 선생님은, ‘왜 마음을 잃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너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 아니냐. 꽝꽝 얼은 네모난 얼음 조각은 세모 모양의 그릇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 세모 모양이던 별 모양이던 어떠한 그릇에도 다 들어가지 않은가. 얼음이 아닌 물 처럼 살게 되면, 네 자신이 그러한 불편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라고 하셨다.


참으로 인상깊은 말씀이었다. , 물이라. 내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을 지어놓은 상태이니, 그 선 밖으로 넘어가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 물처럼 어디든지 흘러갈 수 있는 게 진짜 자유롭게 살아가는게 아닌가. 케냐에서 돌아오는 그 날 까지도 물, 물 거렸다. ㅎㅎ. 이러한 삶의 방식이 이루어질수만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림자 사진. 야호!



10.27 그리고 8월의 계획

 

2012 10 27일은 대학원 1차 시험을 치루는 날이다. 작년 겨울부터 꾸준히 준비해왔고 입학하여 전문성을 기르고 싶은 마음이 큰 내게 있어 이 날은 꽤 중요한 날이 될 것 같다. 케냐에 있던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문득 아 다음주 이맘 때면 한국에 있을 텐데, 어떡하지?!’ 라고 혼자 정신이 없었다(@_@). 열심히, 성실히. 6월 중순께 했던대로 준비하면 후회는 남지 않을 것 같다.


8월달은 기왕 쪄 죽겠는거 도서관으로 피서나 와야겠다. 책 읽고, 신문 보고, 글 쓰고, 스터디에서는 또 예습 복습 해가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8,9,10 세 달동안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자세로 공부에 충실하기! 힘내자, 박수희 :)